리듬게임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게임입니다. 음악을 느껴야하죠.
게임은 플레이어가 음악의 박자를 도전적으로 맞출 수 있도록, 무언가 목표를 주어야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가 체력 막대 (그루브 게이지)와 클리어 정확도입니다. 체력 막대 방식은 플레이도중 틀리면 체력 막대가 깎이고, 맞추면 올라갑니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틀리면 그대로 그 곡으로 노는 걸 종료시키죠. 클리어 정확도 방식일 때에는 이와 반대로, 일단 곡은 모두 연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끝나는 시점에서 전체 정확도를 비교, 일정 정확도를 넘어야 클리어,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깬 것으로 간주합니다. (보통 70%)
음악을 느껴야 하는 리듬게임에서, 체력 막대는 어려운 곡을 도전할 때 큰 장애물이 됩니다. 체력 게이지 방식에서 곡을 연주하다가 중간에 틀려서 죽게 되면, 무엇보다도 곡을 모두 들을 수 없게 됩니다. 한참 신나게 움직이다가 멈춰버리게 되는 셈이죠. 비유하자면, 뉴스데스크 게임 폭력성 실험 같은 느낌?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막 이제 좀 풀리려고 할 때 누군가가 전원을 꺼버리는 겁니다. 즉, 이렇게 되면 경험이 잘려나가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확도를 클리어 기준으로 삼을 경우, 일단 곡은 모두 듣습니다. 리듬게임이 추구하는 음악 즐기기의 본질은 일단 지키는 셈이죠. 덤으로, 먼저 죽어서 곡의 뒷부분을 연습할 수 없게 되는 사태도 사라집니다. 즉, 음악을 즐긴다는 것의 경험이 잘려나가지 않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어차피 1 코인에 3곡을 하게 되고, 중간에 죽어도 한 곡을 마무리하는 정도의 시간만 추가로 들기 때문에, 즐거움이 지켜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다지 큰 시간 손해는 아닙니다.
이러한 점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리듬게임들이 어떤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는지를 보면 입증할 수 있습니다. KONAMI의 리플렉비트, 유비트가 이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으며, 사운드 볼텍스는 게이지 방식이지만 한 곡이 종료될 때 클리어 여부를 판단합니다. 반면, 역사가 길고 오래된 게임들, 비트매니아 시리즈와 팝픈뮤직 시리즈는 체력 게이지 방식을 사용하죠.
앞으로는 더 나은 방법이 나올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체력 게이지 클리어 방식은 구세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