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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노아>와 종교에 대한 짧은 이야기

저번 주말에 지방 본가에 다녀오면서 영화 <노아>를 보고 오게 되었습니다.


노아 (2014)

Noah 
5.5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러셀 크로우,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안소니 홉킨스, 로건 레먼
정보
드라마 | 미국 | 139 분 | 2014-03-20

영화 자체는 성경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로, 대체 이런 내용으로 어떻게 이런 스펙타클한 걸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좋습니다. 괜히 예매율이 절반을 넘어가는 게 아니겠죠. (제가 보러갔을 때 CGV 기준)

애초에 타천사들이 나오는 것 부터가 판타지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다음날 예배를 마칠 무렵 목사님께서 주의를 주시더군요. (포풍 까였다- 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단지 기독교적이지 않다라는 것만 말하셨으니까요. 뭐, 그러니 기독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하라 정도로.) 그 이후 식사시간에 아빠님도 같은 말씀을 반복. (이거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목사님께서 딱 말하시네 라고 하시더군요)

음. 정확히 어떤 부분이냐면요. 전 생각도 못했지만요. 하나님적이지 않고 인간적이다, 인간이 기준이다 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인간적이라는 건 감성적이다는 의미의 말이 아닙니다. 성경과 다른 부분들은 일부러 재미를 위해 각색을 넣은 거니까 충분히 이해할 만 하지만, 핵심 주제에 있어서 기독교적인 것과는 어긋나있다는 거죠. 물론 그 부분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니 좀 제가 생각하는 대로 쓰이겠군요. 아무튼, 스포일러가 되니 문단을 바꿔서.


어떤 부분이 그러냐면, 먼저 노아의 선택입니다. 홍수 중에 노아는 결국 두 쌍둥이 자매를 살해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극단적이긴 하지만, 일단 따르지 않았고, 기준이 신에서 인간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굉장히 극단적이기에 꼭 저래야지 기독교스러운거냐고 반문할 수 있을텐데, 이건 할 말이 없네요. 이 영화의 신도 꾸며진 신이니. 그렇다고 성경에 잔혹한 사례가 없냐면 그것도 아니긴 한데요... 아 모르겠다.

연관된 므두셀라의 멘트도 마음에 안 듭니다. 듣자하니 성경에는 홍수 시절의 므두셀라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면서요? (← 성경을 한 번도 다 읽은 적이 없음) "방법은 있지만 결국 선택권은 다시 노아에게 돌아갈거다" 라고 했었죠. 대충 기억나는 대로 하자면요. 네?


두 번째로, 마지막에 무지개가 생겼을 때 축복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점. 이건 확실히 들은 기억이 나네요. 성경에서는 하나님께서 직접 음성으로 축복을 내리셨다고 되어있다는 듯 합니다. 그리고, 축복할 때 뱀의 형상을 팔에 두르죠. 그 뱀의 형상이 상징하는 게 무엇일까요? 영화의 처음에는... 그래요. 아담과 이브의 잘못을 기억하자- 라는 의미였다면, 마지막에도 같은 의미로 쓰였나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 표현은 못 하겠지만, 대충 인간들끼리 열심히 살아가자 정도겠죠.


마지막으로. 뭐 이 부분은 그냥 성경과 다르다 정도입니다. 노아가 술 먹고 벌거숭이 되서 쓰러져있는 부분. 이 부분도 들은겁니다. 포도주입니다. 이 때의 포도주는 문맥상 축배라고 하시더군요. 근데 여기서는 빡쳐서 포도주를 마시죠.

전혀 문맥과는 관계 없지만 함을 저주하는 부분이 어떻게 나올까 나름 기대했는데 안 나와서 아쉽더군요. 그리고 홀로 떠남... 응?


덤으로. 제 개인적인 추측인데, 일단 성경에 따르면 듣자하니 배의 건조 기간이 120 년이라고 하시기도 하고, 그렇다는 건 주변의 주목을 끌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 동안 이 영화처럼 공격적으로 나왔으면 못 뺏을 일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 때의 세계는 영화처럼 아포칼립스 까지는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들 흥청망청 논다고 노아가 저 구석에서 뻘짓을 하던 말던 신경 안 쓴 게 아닐까요. 저 노망난 미친 노인네가 미친 짓을 한다- 라는 느낌으로요. 전 읽으면서 그렇게 상상했었는데. 물론 어릴 때 읽은 거라 몇 년은 이미 한참 지난 내용이지만요.

여담이지만 듣자하니 성경 구절에 노아의 자식들의 아내로 나왔었고, 그마저도 노아의 자식들의 나이가 100세를 넘은 상태였다고 들었습니다. 뭐 그 당시 인류의 최대 연령은 1000세였다고 하니까요.

아니 물론 제가 성경을 100% 옳다고 하려는 건 아니지만요. 일단 개신교인이고 모태신앙이지만 신앙도 많이 모자르고, 나름 논리적이었으면 좋겠고, 그러다보니 이 쪽의 입장은 아직 불확정인 상태라.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영화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든 할리우드 영화이고,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적인 영화가 아니므로, 기독교적으로 받아들여도 안 되고, 기독교적이지 않다고 비판해서도 안 됩니다. 그것만 주의하면 재미있는 영화 관람시간이 될 겁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