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양수업 과제로 하는 거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쓰는 김에 블로그에도 같이 씁니다. 물론 공개는 예약글로, 성적 평가가 다 끝난 뒤로 해서 말이죠!
(최초 작성일시 2014.06.14 14:07)
아, 그리고 tl;dr 이실 분들을 위해 세 줄 요약도 제일 밑에 준비해뒀어요. 읽으러 오신 김에 추천 버튼도 좀...... 늅늅 1
책은 요런 책이에요.
개괄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배웠던 시장 논리, 그리고 이과 공돌이인 저도 아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국부론). 우리는 사람이란 모름지기 돈을 위해서 살아가고, 금전 만능주의라는 단어가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은 이기적이어서 자신의 이익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그저 인간은 이기적이기만 한 동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이기만 한 동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기적이지 않은 동물도 아니죠. 협력적인 동물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러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아마도 일반적일 것 같은 방법으로, 이기주의는 토마스 홉스의 저서인 레비아탄 (리바이어던 - 성경에 나오는 거대 바다 괴물) 으로 대표하고 있습니다. 또 반대쪽의 개념인 협력은, 수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력의 결과인 리눅스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 마스코트인 펭귄 (Tux) 에서 따와서 펭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이 펭귄과 리바이어던 (레비아탄) 인 거죠. (앞으로 리바이어던은 레비아탄이라고 적겠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두 마스코트를 활용해 서로의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협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합니다. 그에 대해서 조금 써볼까 합니다.
협력과 경쟁의 밸런스 - 인간은 본질적으로 복잡한 존재
나온 지 3년이나 된 책이니, 이미 어느정도 세상은 바뀌었겠지만, 기존의 경제학 등의 학문에서는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로 보고 여러 시스템을 설계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어느정도 적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점이 안 맞는 부분도 생각외로 많았고, 그러한 사고방식 대로라면 이용자만 있고 작성자가 없어서, 위키백과 같은 무상 대규모 협력 플랫홈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은, 이기심 외에도 사람에게는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앞서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 즉 레비아탄 덩어리일 뿐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으로 협력을 하는 존재도 아니죠. 이처럼, 인간의 행동 양식은 복잡하며, 펭귄적인 부분과 레비아탄적인 부분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한 쪽만 얘기해서는 사람들이 어째서 위키백과 같은 거대한 협력을 하는지, 또 어떨때는 그렇게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저자가 원래부터 논문을 자주 기고하는 사람이다보니, 이러한 생각과 논리, 이론에 대한 책에 수많은 근거와 예를 들기 위한 실험이 있지만, 원체 내용도 많고, 이걸 다 설명하자면 무지 길어지니까 여기서는 쓰지 않고,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결론적인 요약만 옮겨볼까 합니다.
사람은 다양한 존재입니다. 네 말이 말이 이끄는 마차에 비유해보자면, 1) 물질적인 이익, 2) 감정적인 욕구 (혹은 정서적 반응), 3) 사회적 동기 혹은 소속감, 4) 도덕적 의무 라는 네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와도 같은 모습입니다. 4명의 선장이 있는 배라고 해도 되겠네요!
그래서, 이러한 인간의 욕구와 행동 중 어느 한 가지만을 고려해서, 특히 물질적인 이익만 고려해서는 다른 말들이 거부감을 일으켜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죠. 특히 금전적 보상과 처벌 부분에서 이러한 점이 크게 부각되는데요, 이런 모습입니다.
인센티브 시스템 등의 커다란 보상을 걸어놓게 되면, 1) 물질적인 이익은 자극할 수 있지만 2) 정서적 반응은 서로를 적으로 보게 되고, 4) 서로의 능력이 금전적으로 평가되므로 서로를 도와서는 안 되며, 3) 그래서 협력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됩니다. 말 한 마리가 세 마리를 끌고가려는 노릇이군요!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다른 욕구들보다 금전적인 욕구가 가장 강한 사람만을 이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벌로 행동을 제한하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예가 하나 있는데요, 이스라엘의 어느 유치원에서 부모들이 계속 늦게 와서 직원들이 퇴근을 제대로 못 하자, 경제학자 두 명의 자문으로 늦게 오는 것에 대해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는군요. 그런데, 그 뒤로 오히려 지각하는 부모들이 더 늦게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벌금이 추가로 아이를 맡겨놓는 데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인식하게 되어, 죄책감이 사라졌다는 것이죠. 즉, 4) 도덕적인 장벽이 무너졌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처벌은 단지 시스템을 악용하는 자들을 위해서 준비해두되, 개인이 그 처벌에 압박받지 않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잘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부류의 내용들이 적혀있습니다. 협력적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서 말이죠.
그래서 책에 대한 나으 감상은 2
책의 내용도 어느정도 이야기했고, 슬슬 책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책이 너무 읽기 어려웠습니다. 분명 저자가 논문이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해서 쉽게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감사의 글 (후기) 부분에 적어놨는데요, 그럼에도 복잡한 문장이 생각 외로 많았고, 대폭 줄였다고는 하지만 일반 독자들은 상정하지 않는 실험과 그 결과, 그리고 그 분석과 해법이 마치 과학을 하는 마냥 주욱 이어지다보니 (실제 과학 맞습니다. 하하) 머리가 다른 쉬운 책들에 비하면 팽팽 돌아가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야 했습니다. 전 이 글을 쓰는데 시간제한이 있으니까요... 아아 게으른 나여
이렇게 글 자체가 고풍스럽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번역자가 힘들었는지, 의미 위주의 해석이 아닌 영어 원문의 구조가 보이는 일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이 더 읽기 힘들게 만들었죠. 이게 과연 저자의 글이 어렵기 때문일까요, 아님 번역자가 번역을 못해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정말 번역자의 번역 정책? 컨셉? 모토! 아 모토! 모토가 있는 그대로 전하자 같은 거여서 그런걸까요? 뭐 그래도, 제가 한국인이 썼는데도 희대의 일본어 번역투 쓰레기라고 평가하는 <엔딩 이후의 세계> (감상글) 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3
이렇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지만서도 읽기 어렵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지금까지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어 전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고, 심지어 그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요령까지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논문보다는 백배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 가격 값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지식의 가치를 생각하자면 가격의 값을 충분히 넘어서고도 남지 않을까요. 4
당장 활용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를 생각해봅시다.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있어서, 관리자 직급에 다가갈수록 다른 사람들을 통솔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이런 경우, 돈 만으로 되지 않고 다른 욕구들을 적절히 조율해야한다는 점에 눈이 틔였다는 것은 정말로 훌룡한 리더십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개설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활동 인원이 저와 한 사람 뿐인 인터넷 카페 (건설자들.CAP) 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를 많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먼저 많은 사람이 부담없이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작업들을 최대한 잘게 쪼개어 모듈화하고, 이벤트를 열되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참여하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면 좋겠다던가 하는 구상들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던가 하는 부담있는 건 생각 없지만요. 이런 것들은 시험이 끝난 뒤에 시험해보도록 할 생각입니다. 5
끝으로, 이런 정보를 (나름) 쉽고 친절하게 공유해주신 저자 요차이 벤클러님께, 감사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세 줄 요약
-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일 뿐만이 아니라, 협력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 세상과 인간을 시장논리나 이기주의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사고하고, 시스템을 개선하자.
- 새로운 시점에 눈을 뜨게 해주는 충분히 값어치 있는 책이지만 내용이 어렵고 번역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