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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측정으로 공부, 집중하기를 게임화한 이야기.

한 줄 요약 : 공부를 게임화하는 짧은 아이디어에 관한 글입니다.


집중이 될 리가 없는 환경


공부하면서 앞에 켜놓은 복잡한 화면.공부하면서 앞에 켜놓은 복잡한 화면.


제 책상에는 모니터가 2개나 있으며, 저는 한 쪽 모니터에는 SNS를 켜놓고, 다른 쪽 모니터로는 다른 일을 하거나 노래를 켜놓거나 그냥 켜놓습니다. 끄기가 귀찮거든요. 책상 위 제 근처에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언제나 저로부터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공부를 거기서 합니다.

공부가 잘 되냐고요? 설마요. 트위터에는 실시간으로 타임라인이 흘러가고, 실시간으로 짧은 새 글이 올라옵니다. 공부를 하려다보면 거기를 쳐다보게 되거나, 갑자기 딴 생각이 난다던가 해서 다른 작업을 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새 공부는 뒷전인 채 시간은 많이 흘러있죠.


딴 건 몰라도 딴 짓은 포기 못한다

며칠 전에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질려서 남은 하루종일을 게임으로 보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까요?

앞에 모니터와 관심 가질만한 거리들이 있어서 그런가요? 그럼 컴퓨터를 꺼버리면 되나요? 싫은데요? 어차피 컴퓨터 따위 또 킬텐데 말이죠. 굳이 기분 상해가면서, 스스로를 상처입히면서까지 공부해야 하나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놀면서도 얼마든지 집중해서 할 일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요? 왜 공부할 때 음악을 듣나요? 공부하기 싫으니까겠죠.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이 만나면 상쇄라도 가능하겠지만, 좋아하는 걸 모두 치우고 애써 싫어하는 것만 하려고 하면 그다지 능률은 좋지 않을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굳이 고생하지 말고 컴퓨터를 켜놓고 (아니면 좋아하는 걸 하면서) 공부를 해야한다는 제약조건이 걸리게 된 겁니다.


게임과 공부와의 비교 - 게임이 왜 재밌지?

그렇다면 왜 딴 짓과 공부의 밸런스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 하는 것일까요? 약간 다른 방향으로 새서, 저번에 밤새도록 한 (정확히는 새벽 3시까지 한) 샌드박스 게임인 <테라리아>를 하던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샌드박스 게임은 마치 모래성을 만들듯 도구나 상황이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 맘대로 노는 게임이죠. 물론 아예 도구만 딸랑 던져주는 건 아니지만요.

테라리아는 마인크래프트처럼 주로 땅을 파는 걸로 생계를 이어가는[각주:1] 점점 발전해나가는 게임입니다. 몬스터들과 장비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과, 2D와 3D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만요.

아무튼, 이런 게임을 하다보면 목표가 스스로 발생합니다. 열심히 수직갱을 파다가 넓은 동굴을 발견해서 계속 캐내려가다보면 가던 길 근처에 어둠 속에서 유유히 얕게 빛을 발하는 BlinkRoot 라는 식물이 이어져있는 동굴 근처에 보여서, 저쪽으로 얕은 벽을 무너트리고 넘어가서 좋은 걸 많이 찾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죠. 그러다가도, NPC (상점 주인 등) 가 거주할 장소를 위해 집도 지어야 하죠. 그렇게 집을 짓다보면, 좀 더 예쁘게 짓고 싶다는 마음도 들게 되고, 던전에서 발견한 그림 등을 걸어두거나 하기도 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지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저 멀리로 나아가서 다른 지역에서 더 좋은 보물을 찾거나, 하늘 위의 부유섬을 찾아내기위해 돌아다니기도 하죠. 참 할 일이 많은 게임이죠? 그런 게임이지만,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조금만 더 캐고싶어!> 처럼요. 작은 목표들이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게임과 공부가 다른 점은 뭘까요? 분명 공부도 한 권의 책이라는 무진자게 넓고 웅장한 세계와, 그 안에 담긴 내용이라는 아직 탐험하지 못한 여정들이 있습니다. 목표가 자생적으로 발생할 여지가 충분한 샌드박스 게임과 유사하죠. 아니, 진행 경로가 딱 정해져있다는 것만 빼고는 그냥 게임입니다. 공부는 결국 게임이에요. 모르셨어요? 하지만 게임이 아닙니다. 뭐가 빠졌을까요?


게임과 공부와의 비교 - 공부에서 빠트린 건?

흔히들 말하는 빠른 피드백이 빠졌습니다! 게임에서는 땅을 파면 아이템이 바로 인벤토리에 들어가면서 아이템 이름을 잘 보이게 보여줍니다. 그 과정이 없다면 플레이어는 무슨 아이템을 획득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면 재미가 확 떨어지겠죠! 그럼 공부는요? 공부는 머릿속에 내용이 들어간다는 것과 밑줄 그은 게 보인다는 것 외에는 없는데요? 심지어 밑줄을 긋지 않고 눈으로 흝어보면요?

아까 제가 뭐가 문제라고 했었죠?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집중이라는 요소에 빠른 피드백을 넣어봅시다!

여기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시간 측정입니다. 옆에 아주 아주 예쁜 Timely 시계 앱을 스톱워치 모드로 켜놓고 두 가지를 측정했습니다. 물론 배보다 배꼽이 크면 안 되니까, 성가심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지 재서 봐뒀을 뿐이고, 따로 수치를 적어놓지는 않았습니다. ① 집중하기 시작해서 딴 생각이 나기 전까지의 시간② 딴 짓을 하는 시간 두 가지를 말이죠!

단지 측정했을 뿐인데도 저는 집중하는 시간은 늘리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딴 짓 하는 시간은 줄이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순전히 재미와 도전정신으로요! 어디의 미친 녀석이냐고요? 아닌데요? 그냥 평범하게 딴 짓 많이 하는 대학생인데요?


자발적인 것이 즐겁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볼까 합니다. 딴 짓 하는 게 나쁜 게 아닙니다! 게임이 되려면 절대적으로 강제적이지 않고 자발적이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딴 짓을 하는 게 나쁘다고 죄책감을 가지거나 자책해서는 안 됩니다. 단지 딴 짓은 하나의 수치, 정보, 상황일 뿐이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딴 짓 하는 걸 용서하시겠다고요? 가당치도 않네요! 제가 뭐라고 했나요? 딴 짓은 나쁜 게 아닙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게 뭐가 나쁜건가요? 좋아하는 거 하시면서 공부하시라니까요? 그게 뭐가 잘못인가요? 절대로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억압하지 마세요. 그 순간, 공부는 게임이 아니게 됩니다. 압박이 생긴 무언가는 즐겁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해보았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대충 이틀 정도 공부를 할 때 그런 방법을 적용해보았고,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공부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집중하기를 게임화한 거죠. 집중하는 시간이나 딴 짓 하는 시간은 매번 달라졌고, 조금씩 욕심을 내어 좀 더 나은 기록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록 갱신을 위해 노력하는게 즐거워요. 아직 공부 자체가 즐거운 건 아니지만요. 피하지 못할 일이라면 즐기라잖아요?


게임화한다는 것

저는 집중이라는 걸 시간 측정으로 게임화했지만, 여러분은 공부의 다른 부분들을 게임화하실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시도를 하실 때, 부디 앞에 언급했던 태도와 개념들을 기반에 깔고 구상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래야지 일이 즐겁게 되거든요. 다시 정리해보자면,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부분이, ① 강제적이어서는 안 된다 ② 해당하는 부분의 피드백을 빠르게 해야한다 ③ 웅장한 세계가 있는 편이 좋다 ④ 게임화 작업이 귀찮은 것이면 안 하게 되니 절대 단순한 걸로 할 것 정도겠네요.

여러분의 삶에 즐거움의 건승을 빌면서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ps.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들 자식들 공부 하라고 윽박지르지 말아주세요. 오히려 반감이 생겨서 하기 싫어집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말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니까 스스로 부탁드립니다.

ps2. Daum View 카테고리가 맞을지 모르겠네요.

  1. 아닙니다. 배고픔 수치 같은 거 없음 [본문으로]